간호사 41% "인권침해 경험"…76%는 신고 포기
등록 2026.10.06 17:25:40
개인 인내 아닌 구조적 개혁 필요
![[서울=뉴시스]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권침해 예방과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사진= 대한간호협회 제공)](https://img1.newsis.com/2026/10/06/NISI20261006_0002256772_web.jpg?rnd=20261006170305)
[서울=뉴시스]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권침해 예방과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사진= 대한간호협회 제공)
실태조사 결과,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0명 중 4명은 최근 1년간 인권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 가운데 76%는 신고를 포기했다.
피해를 입고도 신고나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간호사가 대부분이라 현행 보호체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대한간호협회 간호노동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권침해 예방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2026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105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1.0%가 최근 1년간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인권침해를 경험한 간호사 가운데 가장 많이 나타난 유형은 폭언으로 88.9% 였으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67.1%, 성적 폭력은 17.7%, 신체적 폭력은 17.0%로 나타났다.
특히 문제는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도 상당수 간호사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권침해 경험자 가운데 약 76.4%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가 8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승진이나 조직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36.7%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가 27.5% ▲신고 절차를 몰라서가 14.4%로 나타났다.
실제로 신고나 대응에 나선 경우에도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대응 이후 기관의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68.1%에 달했고, 가해자와의 분리 12.7%, 공식적인 조치 7.4%, 문제가 해결되거나 상황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이는 인권침해를 금지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실제 의료기관 현장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간호사들은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로 간호사 인력 증원(80.7%)를 꼽았다. 이어 법적 보호 강화 47.6%, 조직문화 개선 및 태움 근절 41.9%, 폭력 예방대책 강화 39.2%, 기관의 보호체계 강화 31.4% 등의 순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간호사 인권침해 문제를 개인의 적응이나 인내의 문제가 아닌 의료기관의 구조와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진단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과 제도가 병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과제"라며 "과중한 업무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휴게시간, 예측하기 어려운 근무 일정 등이 일터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 간호사 개인의 희생과 인내에 기대어 온 방식에서 벗어나 근무환경 전반을 바꾸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의료기관의 위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신고 이후의 불이익이나 2차 피해를 우려해 침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 의원은 "이제는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적응이나 인내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보건의료인력의 권리를 지키는 동시에 국민의 안전한 의료를 보장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중한 업무와 인력 부족, 조직 내 인권침해 문제를 언급하며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사명감과 인내에 맡겨둘 수는 없다"며 "인권침해의 구조적 원인을 면밀히 살펴보고 적정한 인력 확보와 합리적인 업무체계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들도 간호사 인권침해를 개인 간 갈등이나 특정 직종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현장간호사 A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간호사 간 갈등의 이면에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A 간호사는 "이 사건을 간호사들끼리의 싸움으로만 보지 말고 간호사를 그런 자리로 몰아넣는 구조를 봐달라"며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는 프리셉터에게 충분한 시간과 여유가 주어지지 않으면 환자 안전을 위한 엄격함이 설명 없는 질책과 괴롭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순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인력지원센터 부장은 "금까지 피해 발생 이후 상담과 교육 등 사후 대응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직률 등 정량적 지표와 조직문화에 대한 정성적 자료를 활용해 인권침해 위험이 높은 기관을 사전에 파악하는 예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개별 기관이나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관계기관, 의료기관 간 연계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유나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재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노사 공동의 조직문화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보건의료 현장에서는 동료 간 괴롭힘뿐 아니라 의사 등 다른 직역과 환자·보호자 등 외부 요인에 의한 폭언·폭력까지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경림 간호협회 회장은 간호사 인권 문제를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닌 인력 부족과 교육 부족, 부적절한 대응체계가 결합된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신 회장은 "과도한 업무와 담당 환자 수로 인한 소진, 감정노동과 극심한 스트레스,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는 신규간호사, 적절한 보상 없이 이어지는 초과근무 등이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며 "인력 부족과 부실한 교육, 적절하지 못한 대응체계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권침해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태 조사 결과, 환자 수 대비 간호사 업무량 역시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일반병동에서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 사이에서 최대 3~4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기관별 간호인력 기준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간호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기관 종별·환자 중증도·간호요구도를 반영한 최소 간호인력 기준 마련 ▲인권침해 신고 이후 피해자 보호와 보복 방지 ▲조사·재발방지·사후관리까지 연계된 대응체계 구축 ▲교육전담간호사 제도 확대 ▲신규간호사 교육기간 보장 ▲간호법에 따른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표준지표 마련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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