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뉴욕 디아 비컨 첫 개인전…윤이상 사중주 '영상' 재해석
등록 2026.10.13 00:01:00수정 2026.10.13 00:18:24
미술관 두 개 층 잇는 대규모 신작 4점 공개
방울 2만1600개·금속 루버 208개…2028년 6월까지

〈조석장潮汐場Tidal Field〉, 2026 양혜규: 통通 전시전경. 미국 뉴욕주 디아 비컨, 2026
© Haegue Yang 사진: Bill Jacobson Studio, New York, Courtesy of Dia Art Foundat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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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음악이 빛과 조각으로 다시 태어났다.
현대미술가 양혜규(55)가 미국 뉴욕주 디아 비컨(Dia Beacon)에서 첫 개인전 '양혜규: 통(通·Through)'을 열었다. 지난 10일 개막한 전시는 2028년 6월12일까지 이어진다.
전속 갤러리인 국제갤러리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양혜규의 미국 내 최대 규모 커미션 프로젝트다. 디아 비컨 역사상 처음으로 한 작가가 지상과 지하 두 개 층의 건축 공간을 아우르는 신작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제작한 대규모 설치작품 4점을 공개했다.
전시의 출발점은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사중주 '영상(Images)'이다.
1968년 작곡된 '영상'은 윤이상이 1963년 북한 방문 당시 접한 고구려 강서대묘의 사신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현무·청룡·주작·백호를 각각 플루트·오보에·바이올린·첼로에 대응시켰다. 네 신화적 동물이 상징하는 방위와 색채를 서양 현대음악의 언어로 옮긴 것이다.

축류軸流Axial Flow〉, 2026 (detail) 양혜규: 통通 전시전경 미국 뉴욕주 디아 비컨, 2026 © Haegue Yang 사진: Bill Jacobson Studio, New York, Courtesy of Dia Art Foundat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양혜규는 다시 이 음악을 조각과 빛, 움직임으로 번역했다. 동아시아 오행사상의 방위와 색채, 순환의 원리를 작품의 배치에 적용했다. 지상과 지하, 자연광과 인공조명, 정지와 움직임이 서로 관계를 맺도록 구성했다.
지상층 입구에서 만나는 '소리장(Sonic Field)'은 한 변이 4m에 이르는 정사각형 설치작품이다. 2만1600개의 방울을 금속 링으로 연결해 바닥에 펼쳤다. 방울 아래 놓인 전구들은 무거운 표면을 부분적으로 들어 올린다. 소리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방울이 침묵하면서 시각과 청각 사이에 낯선 긴장을 만든다.

〈소리장場Sonic Field〉, 2026 (detail) 양혜규: 통通 전시전경 미국 뉴욕주 디아 비컨, 2026
© Haegue Yang 사진: © Haegue Yang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지는 공간에는 타공 베네치안 블라인드로 제작한 '조석장(Tidal Field)'이 설치됐다. 양혜규가 그동안 수직으로 사용해온 블라인드를 처음으로 곡선 형태로 구현한 작품이다. 검은색과 은색 블라인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물결을 연상시킨다. 오방색을 활용한 '소리 나는 물방울'과 금색의 '소리 나는 동아줄'도 결합했다.
남쪽 창가로 뻗어 나가는 '낙하장(Fallen Field)'은 검은색 플라스틱 끈을 한국 전통 짚풀 공예 기법인 '용마름'으로 엮은 작품이다. 기둥을 휘감거나 바닥을 기어가는 듯한 형태가 한국 설화 속 이무기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직조 조각 연작 '중간 유형'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지하층에서는 '축류(Axial Flow)'가 펼쳐진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수직형 금속 루버 208개와 움직이는 조명 12개가 공간을 채운다. 약 40분 동안 빛과 금속판이 정교하게 움직이며 서로 다른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던 카터 디아 재단 큐레이터는 "양혜규는 신화, 음악성, 운동성을 통해 미니멀리즘과 포스트미니멀리즘의 형식 언어를 복합적으로 확장한다"고 설명했다.

양혜규 작가 .사진: Kyungmok Seok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디아 재단은 1974년 설립 이후 기존 미술관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대규모 설치작품과 장기 프로젝트를 지원해온 기관이다. 디아 비컨은 2003년 옛 나비스코 상자 인쇄 공장을 개조해 개관했다.
제시카 모건 디아 관장은 양혜규가 미술관의 규모와 채광, 물성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했다고 평가했다. 이우환, 스가 기시오, 로니 혼 등 디아와 관계를 맺어온 작가들의 작업과도 연결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개막일인 지난 10일에는 현악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가 윤이상의 '영상'을 연주했다. 전시에 영감을 준 음악을 실제 연주로 만나는 자리였다. 줄리어드 음대 이정민 교수도 윤이상의 생애와 음악적 유산을 소개했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양혜규는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참여했으며, 카셀 도큐멘타 13(2012), 싱가포르비엔날레(2022~2023), 상하이비엔날레(2025) 등 국제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등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지난해 12월 대만 타이중미술관에서는 대형 블라인드 설치작 '유동 봉헌–삼합 나무 그늘'을 공개했다. 오는 11월에는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의 신축 제6터미널 천창 아래 설치되는 새로운 커미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한국국제교류재단, 국제예술문화재단,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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