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가 현대미술 무대로…김선정 기획 전시 '스테이징'
등록 2026.10.21 09:13:15
경기도와 파주시가 공동 개최 'DMZ OPEN 전시
안규철·박찬경 등 14명 참여, 작품 26점
파주 캠프그리브스·임진각서 11월 29일까지

DMZ OPEN 전시_스테이징_전시 전경_안규철 의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전쟁이 멈춘 자리에는 이끼가 자라고, 주인을 잃은 듯한 빈 의자 아홉 개가 서로를 마주한다.
70년 넘게 분단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비무장지대(DMZ)가 현대미술의 무대로 변신했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공동 개최하는 'DMZ OPEN 전시: 스테이징'이 파주 민간인출입통제선 안 캠프그리브스 일대와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리고 있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14명이 참여해 회화·사진·영상·설치 작품 26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스테이징(Staging)'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과학기술학자인 브뤼노 라투르의 개념에서 가져왔다. DMZ를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역사와 현재가 관계를 맺는 하나의 무대로 바라보자는 취지다.
안규철의 신작 '아홉 개의 의자'는 다리와 등받이, 좌판이 제거된 의자들과 그 파편을 모아 만든 아홉 번째 의자로 구성됐다. 서로를 마주한 빈 의자들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停戰)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뉴질랜드 작가 자닌 랜더슨의 영상 '비무장화하는 이끼'는 철원 민통선 안 벙커와 방공호 등 군사시설을 덮고 자라는 이끼에 주목한다. 소설가 이현, 사운드 아티스트 레이철 시어러와 협업해 인간이 만든 전쟁의 흔적을 자연이 어떻게 품어가는지 상상한다.
박찬경은 1997년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을 재제작했다. 1993년 러시아 옐친 대통령이 한국에 전달한 대한항공기 블랙박스의 보도사진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냉전의 이미지와 기억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되묻는다.

DMZ OPEN 전시_스테이징_전시전경_카페그리브스_ *재판매 및 DB 금지
분단이 개인의 삶에 남긴 흔적도 펼쳐진다. 오형근은 젊은 군인들의 초상을 통해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여전히 전쟁을 전제로 한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모순을 보여준다.
이예은은 통일촌 백연리 주민들이 내어준 일상의 물건으로 탑을 쌓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평범한 물건들이 모여 분단의 땅에서 이어온 삶과 공동체의 기억을 드러낸다.
이 밖에도 탈북 작가 선무는 남북 청소년들이 함께 어울리는 풍경을 그린 '봄놀이'를, 이요나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현실을 형상화한 설치작품 '대기실'을 선보인다.
김선정 예술감독은 "DMZ를 분단과 갈등의 상징을 넘어 수많은 존재가 서로를 마주하고 관계를 맺는 동적인 장소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캠프그리브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임진각 평화누리에서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DMZ OPEN 전시_스테이징 전시. 경기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MZ OPEN 전시_스테이징_전시전경_데니스베르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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