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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이탈리아보다 비싸게 빚내는 프랑스…국채금리 5% 눈앞

등록 2026.10.06 21:33:49

2030년까지 1조달러 넘는 부채 만기…이자비용 59% 증가 전망

긴축 추진 번번이 정치권서 제동…대선 주자들은 지출 확대 공약

[낭트(프랑스)=AP/뉴시스]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18일 파업에 나선 노조원들과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부와 프랑스 삶의 방식을 뒷받침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지원 삭감에 항의하는 프랑스 시위대가 18일 파리의 지하철 운행을 마비시키고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등 교통 봉쇄에 나서 프랑스 전역을 강타했다. 2025.09.18.

[낭트(프랑스)=AP/뉴시스]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18일 파업에 나선 노조원들과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부와 프랑스 삶의 방식을 뒷받침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지원 삭감에 항의하는 프랑스 시위대가 18일 파리의 지하철 운행을 마비시키고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등 교통 봉쇄에 나서 프랑스 전역을 강타했다. 2025.09.18.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유럽 재정위기 당시 대표적인 위기국이었던 그리스·이탈리아보다 프랑스가 더 높은 금리를 내고 돈을 빌리는 처지가 됐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5%에 육박했고, 2030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정부 부채는 1조달러를 넘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글로벌 금리 상승과 막대한 국가부채, 재정 긴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운 정치 상황이 맞물리면서 프랑스가 재정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5일 종가 기준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4.865%로 이탈리아의 4.638%, 그리스의 4.487%를 웃돌았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 대표적인 위험국이었던 두 나라보다 프랑스 정부가 더 높은 이자를 물고 돈을 빌리게 된 것이다. 지난주 프랑스 국채 매도세는 유럽 다른 시장으로 번졌고, 이란 전쟁 등의 영향으로 최근 세계 시장금리가 오른 것도 부채가 많은 프랑스에 더 큰 부담이 됐다.

문제는 금리가 치솟은 시점에 초저금리 시절 발행한 막대한 부채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이 빚을 더 높은 금리로 다시 조달해야 한다. 2030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가 1조달러를 넘고, 2027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약 3800억달러의 국채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국채를 더 많이 팔아야 하는데 이를 받아주던 기존 투자자들은 줄고 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으면서 보유 규모를 줄이고 있고, 일본 자산운용사들도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프랑스 국채를 사지 않고 있다.

높아진 금리는 정부 예산을 직접 압박한다. 프랑스 재무부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국가부채 이자비용은 2030년까지 5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국가부채는 현재 GDP의 약 120%에 이른다. 이자 지출은 2030년에는 국방비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

시장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정치권이 적자를 줄이는 데 필요한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출 삭감을 추진한 총리들이 의회의 반발 속에 잇따라 자리에서 물러났고, 예산을 둘러싼 대치는 반복됐다.

정치권이 풀어야 할 재정 문제 자체도 수십 년간 누적됐다. 프랑스 정부가 마지막으로 균형예산을 기록한 것은 1974년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초 노동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개혁을 추진했다. 집권 초기 재정적자도 EU 기준인 GDP 대비 3% 아래로 내려갔다. 마크롱 대통령 측은 노동시장 개혁과 감세가 성장과 재정 개선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노란 조끼’ 시위와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잇따르면서 정책 방향은 대규모 재정 지출로 돌아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면서 이를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라는 구호로 표현했다. 법인세 추가 감면과 공공의료 종사자 임금 인상, 장기간 이어진 유급휴직 지원과 에너지 가격을 낮게 묶어두기 위한 보조금도 재정부담으로 남았다.

대규모 지원이 이어지는 동안 팬데믹 이후 경기와 물가의 변동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세입·지출 전망도 크게 빗나가기 시작했다. WSJ이 확인한 2023년 12월7일 프랑스 재무부 문건에는 에너지기업에 부과한 세금과 부가가치세 수입이 예상에 못 미쳤고 정부 지출도 30억유로가량 과소평가됐다는 경고가 담겼다.

재무부 관리들은 당초 GDP 대비 4.9%로 예상했던 2023년 재정적자가 5.2%까지 커질 수 있고, 그 경우 재정에 92억유로의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당시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에게 이를 즉각 공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르메르 장관은 엘리자베트 보른 당시 총리에게 재정 상황을 공개하고 2024년 예산에서 우선 3억유로를 줄인 뒤 연초 추가로 100억유로를 삭감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민법 처리와 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정치적 부담 속에서 르메르 장관이 요구한 규모의 예산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보른 총리는 2024년 1월 물러났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 진영이 마린 르펜 측에 크게 패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했다. 그러나 총선에서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고 하원은 르펜 측과 마크롱 대통령 측, 장뤼크 멜랑숑을 포함한 좌파 연합 등 3개 진영으로 갈라졌다. WSJ은 의회 해산과 총선 결과가 투자자들에게 프랑스의 정치적 마비를 드러낸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더구나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들은 재정지출을 줄이기보다 늘리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WSJ은 여론조사 선두인 극우 성향 르펜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퇴직연령을 60세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했다고 전했다. 르펜은 이 조치에 연간 90억유로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극좌 성향 멜랑숑은 프랑스 중앙은행이 보유한 4880억유로 규모의 프랑스 국채를 유럽중앙은행(ECB)이 동결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최근 3년 동안 GDP의 5%를 계속 웃돌았으며 재무부 의뢰 보고서는 2030년 6.8%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프랑스가 전체 국가부채에 부담하는 평균 이자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돌면 대규모 지출 삭감이 없는 한 이자 부담만으로도 부채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출을 줄이지 못하면 국가부채가 2050년 GDP의 20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프랑스 국채시장이 곧바로 과거 유로존 재정위기와 같은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ECB라는 안전판이 있고, 헤지펀드들이 위험도가 높은 거래를 한꺼번에 정리한 것도 최근 매도세를 키웠기 때문이다. 프랑스 하원 재정위원회 소속 중도파 샤를 로드웰 의원은 시장의 압박이 정치권의 경각심을 높이기를 바란다며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09.23.

[뉴욕=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09.23.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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