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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방비 112조 쏟고도 뚫린 방공망…후티 공세에 속수무책

등록 2026.10.14 16:04:34수정 2026.10.14 16:23:00

이란 지원받는 후티, 미사일·드론 공세…첨단 방공망 허점 노출

경제개혁 차질 우려에 지상전 부담…사우디, 외교적 해법 모색

[리야드=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가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 미국산 패트리어트·사드(THAAD) 등 첨단 방공망을 구축했지만,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AP통신이 입수해 검증한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으로,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화재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사진=UGC 제공) 2026.10.11.

[리야드=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가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 미국산 패트리어트·사드(THAAD) 등 첨단 방공망을 구축했지만,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AP통신이 입수해 검증한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으로,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화재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 (사진=UGC 제공) 2026.10.11.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 미국산 패트리어트·사드(THAAD) 등 첨단 방공망을 구축했지만,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고전하고 있다.

공항과 정유 시설 등 핵심 인프라가 공격받으면서 방공망의 한계가 드러났고, 군사적 대응과 외교적 타협 사이에서 사우디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국방비로 830억 달러(약 112조원)를 지출해 세계 10대 국방비 지출국에 포함됐다. 미국산 전투기와 패트리어트·사드 방공 시스템, 프랑스와 영국의 첨단 무기까지 도입했지만 광범위한 영토와 여러 방향에서 날아드는 위협을 동시에 방어하기는 쉽지 않다.

사우디는 동쪽에서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고, 북쪽에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민병대의 드론 위협에 노출돼 있다. 남쪽에서는 후티 반군이 예멘의 산악 지대와 이동식 발사대를 활용해 미사일을 발사한다.

공항과 정유 시설, 송유관 등 광범위한 핵심 시설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방공 자산을 어디에 집중할지도 어려운 과제다.

후티 반군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장거리 드론을 결합해 방공망을 압박하고 있다.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은 탐지와 추적이 어렵고, 여러 종류의 무기를 동시에 발사하면 방어 측의 요격 자원을 분산시킬 수 있다.

유엔 전문가들은 과거 조사에서 국제 무기 금수 조치에도 이란산 미사일 잔해와 군사용 무인기 등이 예멘에 반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후티 반군이 운용하는 하템-2와 팔레스타인-2 미사일도 이란 무기와 설계상 유사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후티 반군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고 벤구리온 국제공항 인근에 떨어지기도 했다.

사우디 방공망은 상당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고 있지만 모든 공격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사우디 소식통들은 방어해야 할 시설이 광범위해 제한된 방공 자산을 어디에 배치할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와의 갈등을 이어가면서 공습 중단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 홍해에서 사우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뒤 미사일 공격을 이어갔으며, 초기에는 홍해 연안의 아람코 정유 시설과 사우디 공군 기지 등을 겨냥했다.

이란은 사우디와 후티 반군 간 대화를 중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2일 양측의 회담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 정치국 위원 무함마드 알부카이티는 2주와 1개월간의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리야드=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미디어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지난 10일(현지 시간) 사우디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공격을 받은 후 이용객들이 몸을 낮춘 채 화염과 연기 속에서 대피하고 있다. 2026.10.12.

[리야드=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미디어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지난 10일(현지 시간) 사우디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공격을 받은 후 이용객들이 몸을 낮춘 채 화염과 연기 속에서 대피하고 있다. 2026.10.12.

사우디는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기도, 후티 반군과 타협하기도 쉽지 않다. 공항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양보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럽지만, 대규모 공습이 보복 공격을 부르면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사우디를 투자·기술·관광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려 하고 있다. 공항과 데이터센터, 해수 담수화 시설은 이러한 경제 전환의 핵심 기반이다. 안보 불안이 지속되면 국제 기업과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주요 기업들은 이번 주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 석유 회의에 불참했다.

예멘 정부군의 지상 작전으로 후티 반군을 격퇴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 후티 반군은 산악 지형에 정통하고 전투 경험이 풍부하며 견고한 방어 거점을 구축해왔다.

미국은 지난해 후티 반군을 겨냥한 7주간의 공습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했지만, 후티 반군은 세력을 유지하고 미국의 고성능 리퍼 무인기 여러 대를 격추했다.

사우디는 국제사회의 지원도 모색하고 있다. 지역 동맹국들이 방공 지원을 제안했고, 파키스탄은 사우디 방어를 돕기 위해 수천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이집트도 사우디가 요청하는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역시 방공 무기와 탄약 부족에 직면해 있다. 미 국방부 감찰관실은 "이란 관련 작전으로 전략 무기 재고가 줄고 탄약 재보급을 위한 방위산업의 병목 현상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동 분쟁에 추가로 개입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이클 랫니 전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의 개입 기피가 동맹국을 외면한다는 인식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우디가 정치적으로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을 받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외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방공망을 보강하는 동시에 군사적 대응과 외교적 협상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예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후티 반군은 사우디 안보의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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