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선망→분노의 대상으로…"8년 사이 세 번째 공격"
등록 2026.10.22 17:47:08수정 2026.10.22 18:24:24
2023년, 2019년 시위대 공격…프랑스 사회 균열
대중적 영향력 확대하지만 높은 가격에 접근 불가
"젊은 세대에 분노 남아…물리적 공격으로 이어져"
![[파리=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청년들이 상점 유리창을 깨고 있다.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대학생, 노동조합, 교사 등이 참여하며 높은 생활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지면서 약 2천400명이 체포되고 약 1천 명이 부상했다. 2026.10.19.](https://img1.newsis.com/2026/10/19/NISI20261019_0001675736_web.jpg?rnd=20261019083932)
[파리=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청년들이 상점 유리창을 깨고 있다.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대학생, 노동조합, 교사 등이 참여하며 높은 생활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지면서 약 2천400명이 체포되고 약 1천 명이 부상했다. 2026.10.19.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프랑스에서 대규모 폭동이 벌어져 명품 거리가 털린 가운데, 명품 브랜드가 장인 정신과 유산의 상징보다는 과소비와 자본주의적 부패의 상징이 돼 버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사치 기계(Luxury Machine)에 맞서 분노하다' 제하 칼럼을 통해 "(시위대들의) 디올, 셀린느, 에르메스 등 브랜드 매장의 약탈 행위는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사회) 균열을 드러낸다"고 진단했다.
지난 17~18일 프랑스에서는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학생들의 시위가 생활비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로 번지면서 대규모 폭동이 벌어졌다. 디올, 셀린느, 에르메스 등 명품 매장을 비롯한 3000개가 넘는 상점이 약탈되고 2500명 이상 체포됐다.
외신은 이번 현상을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 즉 사치품을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으로 삼아 온 것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명품 산업 자체가 만들어 낸 지극히 '현대적인' 모습의 반발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번 폭동은 파리에서 지난 8년간 명품 브랜드를 향한 물리적 공격이 발생한 세 번째 사례다.
2023년에는 정부의 연금 개혁 반대 시위 도중 시위대가 파리 몽테뉴 거리의 LVMH 본사에 난입했다. 폭죽을 흔들고 베르나르 아르노 그룹 회장을 상징하는 인형을 불태웠다.
2019년에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디올, 샤넬 매장이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는 '노란 조끼' 시위대에게 약탈됐다. 당시 판자로 문을 닫는 상점들이 흔한 풍경이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경영혁신대학원 겸임교수인 세르주 카레이라는 "프랑스는 언제나 명품과 애증의 관계를 맺어왔다"며 "세계적인 영향력에는 자부심을 느껴면서도, 그 도덕성에 의구심을 품고 불평등함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명품 브랜드가 공들여 가꾼 영향력들이 이제 역풍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명품 산업은 그동안 소셜미디어(SNS)와 문화적 영향력을 활용해 구매력이 없는 소비자들의 일상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유명인을 홍보대사로 내세우거나, 패션쇼를 엔터테인먼트화 했다. 행사 레드카펫을 마케팅 기회로 활용했다.
NYT는 "역설적이게도 브랜드들은 스스로를 선망과 취향의 상징으로 만들면서도, 가격은 대다수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높였다"고 지적했다. 명품에 대한 선망은 커졌지만 실제 구매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취지다.
카레이라 교수는 "그 결과 젊은 세대는 소외감을 느끼게 됐다. 더 이상 꿈은 없고 질투, 분노만 남았다"며 그러한 감정이 물리적 파괴 행위로 표출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위대가 명품 매장의 진열대를 부숨으로써 "규범에서 벗어나 일종의 물리적 충족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폭동에 대응해 통행 금지, 영업시간 중단 등을 시행하며 추가 시위에 대비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명품·패션 브랜드가 있는 몽테뉴 거리, 포부르 생토노레(Faubourg Saint-Honoré) 거리 등을 철통 보안으로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NYT는 "억만장자들이 벙커를 좋아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과연 그들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브랜드들은 그 안에 갇히고 싶어하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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