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아닌 생존 문제…'착한 아이는 사실 상처받고 있다'[신간]
등록 2026.10.23 07:30:00수정 2026.10.23 07:33:54
![성격 아닌 생존 문제…'착한 아이는 사실 상처받고 있다'[신간]](https://img1.newsis.com/2026/10/22/NISI20261022_0002271453_web.jpg?rnd=20261022181446)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부모에게 떼쓰지 않고, 혼자서도 잘하고, 부모 말을 잘 듣고, 언제나 먼저 양보하는 아이. 이처럼 '착한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신간 '착한 아이는 사실 상처받고 있다'(페이지2북스)는 사랑받으려 애쓰는 아이를 위한 정서 회복법을 담은 책이다. 임상 사회복지사이자 트라우마 치료사, 부모 교육 전문가인 매기 닉은 착함이 성격이 아니라 생존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부모의 기분이 쉽게 흔들리는 집, 감정을 드러내면 '유난'이 되는 집에서 아이의 신경계는 맞서는 대신 맞추는 쪽을 택한다.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거절 앞에서 몸이 먼저 굳고, 모든 일을 제 탓으로 돌리는 어른이 된다. 저자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이 상처에 '관계적 수치심 트라우마'라는 이름을 붙인다.
"아이는 자신이 상처받은 일을 눈감아 주고 오히려 부모에게 사과한다. 정작 사과해야 할 사람은 부모일 때조차 그렇다. 아이는 감정을 억누른 채 부모의 감정을 우선시하며 그들의 기분이 나아지도록 노력한다. 즉 부모가 괜찮아져야만 비로소 아이도 안심할 수 있다. 이러한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매번 먼저 사과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48쪽, 2장 '성격이 아니라 생존 반응이다' 중)
아이는 원래 말썽을 부리며 세상의 한계를 확인하고,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 내고, 부모 곁에서 안전한지를 시험한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애는 혼낼 일이 없어요"라는 부모의 자랑을 경고 신호로 읽는다. 한 번도 대들지 않는 아이는 부모를 존중하는 게 아니라 두려워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리는 아이는 무조건 순종하는 아이가 아니다. 큰 소리로 울고, 싫다고 말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숨기는 대신 부모에게 달려오는 아이다.
저자는 양육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한 번도 어긋나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어긋난 뒤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를 나누는 일이라고 말한다. 추론과 감정 조절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이 덜 자란 아이는 "엄마가 지금 화났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라고 스스로 해석하지 못한다. 대신 공포 중추인 편도체가 먼저 반응해 부모의 분노와 실망을 사랑을 잃을 위험으로 받아들인다.
아이는 그 두려움을 스스로 풀지 못한다. 그렇기에 부모가 먼저 다가가 "너를 무섭게 해서 미안해. 그건 엄마가 잘못한 거야"라고 말해 줄 때, 아이의 뇌는 비로소 이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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