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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풀어헤친 광기, 서늘한 발끝…김주원號 '지젤'[객석에서]

등록 2026.10.17 08:13:40

김주원 단장 취임 후 첫 전막

박슬기·박종석, 개막 무대 주역

~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에서 지젤 역 박슬기와 알브레히트 역 박종석이 파드되를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6. 10. 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에서 지젤 역 박슬기와 알브레히트 역 박종석이 파드되를 추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6. 10. 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어두컴컴한 무대 위, 흰색 튀튀를 입은 여성 무용수들이 비디오 테이프를 빨리 감은 듯 순식간에 이동한다. 마치 유령처럼 발끝으로 미끄러지던 이들이 조명 빛을 받자, 튀튀 속에 감춰진 창백한 실루엣이 드러나며 무대의 공기를 서늘하게 바꾼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국립발레단의 '지젤'이 프랑스 안무가 파트리스 바르 버전으로 펼쳐졌다. 말 한마디 없이 오직 기괴하면서도 우아한 몸짓으로 유령 '윌리'의 존재감을 증명해낸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부예술감독·발레마스터를 지낸 파트리스 바르가 국립발레단을 위해 재안무한 '지젤'은 2011년 초연됐다. 김주원 국립발레단 단장은 당시 수석무용수로서 주역 '지젤'을 맡았고, 바르에게 직접 안무를 전수받았다. 바르 버전의 '지젤'은 화려한 기교보다 알브레히트와 지젤의 섬세한 감정선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1841년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된 '지젤'은 19세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산물이다. 프랑스 시인 테오필 고티에가 하인리히 하이네의 저서에 등장하는 처녀 귀신 '윌리' 전설에 매료돼 대본을 완성했다. 이성과 논리를 중시하던 고전주의를 벗어나 인간의 내면과 초자연적인 신비로움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지젤' 1막 공연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6. 10. 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지젤' 1막 공연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6. 10. 17. [email protected]

극의 서사를 지탱하는 두 축은 '마임'과 '로맨틱 튀튀'다. 대사를 대신하는 마임이 손짓과 시선만으로 인물 간의 감춰진 진실을 폭로한다면,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백색 의상 로맨틱 튀튀(발목이나 종아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종 모양의 스커트)는 2막 유령 군무(발레 블랑)의 실루엣을 시각적으로 완성한다.  

'지젤'은 시골 소녀 지젤이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졌다가 그의 신분과 약혼녀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충격 속에 죽어 유령이 된다는 서사다. 주역 지젤 역의 박슬기와 알브레히트 역의 박종석은 이 비극적인 감정의 낙차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1막에서 시골 마을을 발랄하게 누비던 명랑하고 순박한 소녀 지젤은 알브레히트의 배신을 마주하자 처절하게 무너진다. 머리를 풀어헤친 지젤의 광기 어린 표정, 알브레히트가 마치 곁에 있는 듯 허공에 팔을 젓는 그녀의 마임은 1막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지젤' 2막 공연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6. 10. 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지젤' 2막 공연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6. 10. 17. [email protected]

2막에서 유령이 된 지젤은 감정을 거세한 듯 차갑고 냉랭한 기운을 뿜어낸다. 반면 알브레히트는 지젤과 파드되(2인무)를 추면서도 끊임없이 참회와 절망의 무게를 몸짓으로 쏟아내며 극단적인 대비를 이룬다.

공연의 백미는 순백색 튀튀를 입은 무용수들의 군무로 대표되는 '발레 블랑(Ballet Blanc)'이다.

유령 '윌리'들이 대각선으로 일렬로 늘어서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로 서서 중심을 잡고, 다른 쪽 다리를 무릎을 편 채 뒤로 높이 들어 올림) 자세를 취하자, 치마가 일제히 부채처럼 펼쳐지며 압도적인 웅장함을 드러낸다.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지젤' 2막 공연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6. 10. 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지젤' 2막 공연에서 무용수들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2026. 10. 17. [email protected]

초현실적인 몸짓은 '윌리'가 된 지젤 뿐만이 아니다.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를 만난 알브레히트가 그의 명령에 복종해 끝없이 점프(앙트르샤 시스)를 하는 모습은 경이롭게 비쳐진다.

김주원 단장이 취임 후 첫 선을 보인 '지젤'은 오는 18일까지 공연된다. 13일 열연한 박슬기 수석무용수는 17일 오후 2시 알브레히트 역의 김윤과 호흡을 맞춘다.

17일 오후 6시30분과 18일 오후 2시 각각 지젤 역은 이하연과 엄나윤이, 알브레히트 역은 김기완과 나대한이 맡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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