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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격에 佛 마트 초토화…식량 대란 '아찔'[현실이 된 파이어세일①]

등록 2026.10.17 13:00:00수정 2026.10.17 13:34:23

프랑스 대형마트 500여곳 냉장 시스템 해킹…식품 폐기·수백억원대 손실

노후 펌웨어 등 빈틈 노린 공격에 세계 비상…유통·항만·에너지 등 실물 인프라 위협

디지털 의존도 커질수록 연쇄 피해 우려…공급망 보안·복원력 강화 시급

 [그래픽=뉴시스]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생성 후 가공 및 편집함. 재판매 및 DB 금지. 618tue@newsis.com

[그래픽=뉴시스]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생성 후 가공 및 편집함.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다이하드 4.0'은 사이버 공격으로 전력과 교통, 통신, 금융 등 국가 기반시설을 차례로 무너뜨리는 상황을 그렸다. 단순히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시스템을 연쇄적으로 마비시켜 현실 세계의 산업과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설정이다.

영화 속 사이버 테러 작전명인 '파이어 세일(Fire Sale)'이 현실의 경고로 다가오고 있다. 사이버 공격이 디지털 공간을 넘어 산업 설비와 물류망 등 현실 세계의 시스템을 직접 교란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밤부터 12일까지 프랑스 전역의 대형마트 수백 곳에서 냉장·냉동 설비가 오작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냉장고와 냉동고의 온도가 섭씨 50도까지 치솟았고, 일부 설비는 80도를 넘어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냉장 설비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었다. 앵테르마르셰와 까르푸, 모노프리 등 주요 유통업체 점포가 피해를 입었고, 냉장·냉동 시설에 보관돼 있던 육류와 신선식품이 대량 폐기됐다. 피해 규모는 수천만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고객 정보나 결제 내역을 훔치던 기존 사이버 범죄와 완전히 다르다. 사이버 공격이 모니터 안에서 끝나지 않고 국민 생활과 직결된 유통망과 식품 공급에까지 타격을 준 것이다.

프랑스 당국은 국가사이버보안청(ANSSI)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섰으며, 수사 당국은 공격 주체와 구체적인 침투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파리=뉴시스] 류인선 기자 =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5구의 도심형 슈퍼마켓 체인 모노프리(Monoprix) 매장 냉동고 선반이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설비 고장으로 텅 비어 있다. 2026.10.13. ryu@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뉴시스] 류인선 기자 =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5구의 도심형 슈퍼마켓 체인 모노프리(Monoprix) 매장 냉동고 선반이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설비 고장으로 텅 비어 있다. 2026.10.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낡은 제어 프로그램이 '공격 통로'… 수문 열리고 항만 멈췄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운영기술(OT·Operational Technology) 취약점 공격으로 본다.
 
OT는 공장 생산설비와 전력망, 빌딩의 냉난방 장치처럼 물리적 장비와 산업 공정을 감시하고 제어하는 기술이다. 정보기술(IT) 시스템이 정보의 저장과 처리에 초점을 맞춘다면 OT는 실제 장비 작동이나 물리적 공정처리를 다룬다. 따라서 OT가 침해되면 생산 중단이나 설비 손상은 물론 화재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프랑스 냉장 설비 공격에서도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 관리 시스템의 취약성이 문제로 지목됐다. 특히 일부 구형 제어 장비와 보안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은 소프트웨어가 공격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기반시설과 산업 현장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은 이미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노르웨이 브레망거 댐 수문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해커가 수문 원격 제어 시스템에 침투해 수문 밸브를 4시간 동안 강제로 완전히 열어두는 일이 발생했다. 대규모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네트워크를 통한 제어가 댐·발전소 등 실제 시설의 작동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같은 해 9월에는 런던 히스로와 브뤼셀, 베를린 등 유럽 주요 공항의 체크인·탑승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으로 차질을 빚었다. 관련 시스템을 공급해왔던 외주 업체의 소프트웨어가 히캥을 당해 수속 업무가 지연되고 항공편 취소와 지연이 잇따랐다.
[서울=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2026.01.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2026.01.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보다 앞서 2023년 7월에는 일본 나고야항에서 랜섬웨어 공격으로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 시스템이 중단되기도 했다. 컨테이너 반입·반출과 하역 작업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멈추면서 항만 물류가 3일간 차질을 빚었다.

국가시설 사이버 공격이 늘어난데는 OT 환경의 구조적 특성이 있다. 과거 산업용 제어 시스템은 외부 네트워크와 분리된 환경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사이버 보안을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두기도 했다. 장비의 긴 사용 주기와 운영 중단의 부담 때문에 보안 업데이트나 시스템 교체가 쉽지 않다는 점도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면서 외부 인터넷 연결이 확대되고 있다. 원격 모니터링과 클라우드 기반 관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운영 효율은 높아지지만, 외부 공격자가 침투할 수 있는 접점도 함께 늘었다.

"시설 한 곳의 피해가 연쇄 대란"…국가 차원 선제 대응 시급

앞으로가 더 문제다. 스마트시티와 에너지 설비, 교통 체계 등 국가 기반시설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확대되면서 사이버 공격이 현실의 물리적 피해로 이어질 위험도 커질 전망이다. 개별 시스템의 장애가 다른 시설과 서비스로 번지면 사회 전반의 연쇄적인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안 전문가들은 개별 시스템의 침입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원태 국가AI전략위원회 보안특별위원장(국민대 특임교수)은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시설 한곳의 파괴가 연쇄 마비로 번질 수 있다"며 "AI를 활용한 첨단 공격뿐 아니라 오래된 취약점과 관리의 빈틈이 큰 사회적 대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보안체계도 개별 시스템의 침입 차단을 넘어 공급망과 기반시설 전체의 복원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사건은 인터넷 접점만 있으면 언제든지 해커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내 사물인터넷(IoT) 보안인증 제도를 강화하고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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