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없이 내일이 있나…최정화가 쌓아 올린 시간[박현주 아트에세이 ㊳]
등록 2026.10.31 00:01:00수정 2026.10.31 06:02:25

소마미술관 수공간에 설치된 최정화의 '네이처 너처'와 수면에 비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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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가을이 내려앉은 올림픽공원.
물 위에 돌탑 같은 조형물들이 서 있다.
둥글고 울퉁불퉁한 덩어리들이 아슬아슬하게 포개져 있다.
뒤로는 고층 아파트가 솟아 있고, 나무들은 붉게 물들었다.
수면에는 또 다른 탑들이 거꾸로 서 있다.
설치미술가 최정화의 '네이처 너처(Nature Nurture)'다.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수공간에 설치된 작품이다.
돌처럼 보이지만 해양 폐스티로폼을 쌓아 만든 탑이다.
바다에서 버려진 물건이 다시 육지로 돌아와 가을 풍경이 됐다.
최정화는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가다.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바구니와 찌그러진 냄비를 모아
꽃으로, 나무로, 거대한 탑으로 둔갑시켰다.
2008년에는 시민들이 모은 폐플라스틱 176만여 개로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외벽을 뒤덮었다.
최정화에게 쓰레기는 '사용되기를 기다리는 존재'다.
쓰임이 끝났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12년 전 만난 최정화의 말이 떠오른다.
“어제 없이 어떻게 내일이 있나.”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연결된다.”
그에게 버려진 물건은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다.
누군가의 손길과 시간이 남아 있고, 새로운 쓰임을 기다리는 존재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MMCA 현대차시리즈 2018 : 최정화 꽃, 숲'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설치미술작가 최정화의 작품 '민들레'가 전시돼 있다. [email protected]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세운 '민들레'가 그랬다.
시민들이 내놓은 식기 7000여 개를 모아 높이 9m의 거대한 꽃을 만들었다.
찌그러진 냄비와 프라이팬이 모여 눈부신 조각이 됐다.
그때 물었다. 쌓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염원과 애도.”
그는 쌓기가 땅에서 하늘로 뜻을 전하는 행위라고 했다.
누군가의 안녕을 비는 마음,
먼저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마음이 그 안에 있다고 했다.
올림픽공원의 물 위에 다시 탑이 서 있다.
이번에는 물이 작품을 비춘다.
하늘을 향해 쌓은 것들이 물속으로도 깊어진다.
가을은 깊어지고 있다.
어제의 시간이 쌓여 오늘의 풍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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