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날'이 있어요?"…체육 시간도 자습하는 청소년들
등록 2026.10.15 09:00:00
서울 중·고교 10곳 가운데 6곳 "스포츠의 날 잘 몰라"
학생들 "고3 되니 체육시간에도 자습…체력 저하 체감"
여학생 신체활동 실천율 8.5%…입시 부담에 운동 뒷전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지난달 2일 오전 울산 중구 울산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1교시 수학영역 시험을 보고 있다. 2026.10.15. bbs@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2/NISI20260902_0021419802_web.jpg?rnd=20260902110547)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지난달 2일 오전 울산 중구 울산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1교시 수학영역 시험을 보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오영주 수습 기자 = "머릿속이 논술 기출이랑 지문 분석으로 가득 차 있어서 스포츠의 날 같은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서울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유휘연(19)양은 '스포츠의 날'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학교에서 관련 행사나 안내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교내 안내는 구경도 못 해봤어요"라고 했다.
매년 10월 15일은 국민의 체육활동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지정된 법정 기념일인 스포츠의 날이다. 1963년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체육의 날'로 지정됐으며, 1973년 '올림픽의 날'과 통합됐다. 이후 2022년 6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명칭이 스포츠의 날로 변경됐다.
하지만 입시 경쟁이 치열한 교육 현장에서 스포츠의 날은 존재감조차 희미하다. 기념일을 알리는 행사가 없을 뿐 아니라 정규 체육수업마저 입시와 시험 일정에 밀려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장려해야 할 학교에서 오히려 운동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념일 몰라요"…시험·입시에 밀린 체육
입시 미술을 준비 중인 고등학교 3학년 남궁다은(19)양은 스포츠의 날에 대해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관련 안내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며 "그냥 공기 같은 존재"라고 했다.
교육 당국 차원의 별도 홍보나 행사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특별시체육회는 스포츠의 날을 맞아 일선 학교에 참여를 독려하는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스포츠의 날 홍보를 위해 학교를 대상으로 한 별도 행사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교들은 시험 일정과 학사 운영 등을 이유로 스포츠의 날을 별도로 챙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스포츠의 날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도 "해당 주간이 시험 기간과 겹쳐 별도 행사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등학교 관계자도 학교 체육 행사는 1학기에 한 차례 열리는 체육대회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별도의 스포츠클럽이나 방과후 체육활동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고등학교는 입시 공부를 해야 하니까"라며 방과후 활동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체육활동이 일회성 기념일뿐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에서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 가운데 하루 60분 이상, 주 5일 이상 신체활동을 실천한 비율은 남학생 24.5%, 여학생 8.5%에 그쳤다. 전년과 비교해 남학생은 0.6%포인트(p), 여학생은 0.4%p 감소했다. 여학생의 경우 10명 중 1명도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셈이다.
반면 학업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상당했다. 같은 조사에서 청소년들이 평일 학습 목적으로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437.5분으로 약 7시간 18분에 달했다.
평일 하루 7시간, 책상 붙박이… "체육 시간에는 교실에"
유양은 "고3 올라오고 나서 체육 시간이 제대로 보장된 적이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체육 시간에도 담당 교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습하거나 논술 숙제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남궁양 역시 "체육 시간에 교실에 남아 있는 게 다반사"라며 정해진 체육 수업조차 입시 준비에 밀리는 현실을 토로했다.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지난 2022년 인천청소년문화센터의 참여기구 연합 워크숍 '다락 체육대회' 모습. (사진=인천청소년문화센터 제공) 2026.10.15](https://img1.newsis.com/2022/05/22/NISI20220522_0001003035_web.jpg?rnd=20220522104743)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지난 2022년 인천청소년문화센터의 참여기구 연합 워크숍 '다락 체육대회' 모습. (사진=인천청소년문화센터 제공) 2026.10.15
이 같은 현상은 고등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학교에서도 시험과 교과 진도가 체육 수업보다 우선시되는 사례가 나왔다. 경기도 안양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정서현(16)양은 시험 기간이거나 시험을 치르는 과목의 진도가 늦어지면 체육 시간에 해당 과목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소재 중학교 2학년 유모(15)양도 시험 기간에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공부하느라 못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학업 부담이 커질수록 몸을 움직이는 시간부터 줄어드는 셈이다.
학생들은 신체활동 부족에 따른 체력 저하도 체감하고 있었다.
유양은 학교에서 몸을 움직일 일이 "화장실 갈 때 복도 걷는 게 다"라며 "체력 떨어지는 게 곧 글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걸로 직결된다"고 토로했다. 장시간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학생에게 체력 저하는 학업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남궁양도 "건강을 위한 운동은 하나도 못 하고 오직 입시용으로만 몸을 갈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스트레스 풀 시간 필요"… 대안은 방과후·클럽활동
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체육수업 시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입시 위주의 과목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학생들이 일주일에 2번만으로 (필요한 신체활동을) 수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체육활동은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며 "스트레스 풀 시간을 적절하게 주는 게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 적절하게 체육시수가 보장되지 못하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방과후·클럽활동 확대가 제시됐다. 구 교수는 체육 시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지만 입시 위주 교육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방과후나 클럽활동을 장려해 일부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려대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한 시간강사도 청소년 체육활동 부족을 두고 "아무래도 입시를 염두에 둬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며 "(청소년 체육활동 개선은) 스포츠클럽 활동이 현실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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