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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구 시선 벗겨낸 40억 대륙의 얼굴…'왜 다시 아시아인가'

등록 2026.10.17 12:00:00

[신간]서구 시선 벗겨낸 40억 대륙의 얼굴…'왜 다시 아시아인가'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매일 쏟아지는 국제 뉴스는 대부분 서구 통신사들의 시선에서 가공된 정보다. 세계의 중심축이 다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아시아 대륙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세계 인구의 60%, 40억명 이상이 살아가는 아시아 대륙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가.

신간 '왜 다시 아시아인가'(다우출판)는 현장을 40년간 지켜온 이상기 기자 겸 아시아기자협회(AJA) 창립회장·아시아엔 발행인의 아시아 취재 네트워크를 집대성한 지적 탐구서다. 관념적 담론을 배제하고, 현지 기자·학자·청년·예술가들의 다성적(Polyphony)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써 뉴스 행간 뒤에 숨겨진 대륙의 실체적 진실을 복원해 낸다.

저자는 아시아를 단일한 블록으로 뭉뚱그리지 않는다. 동·중앙·서·남·동남아시아 등 5개 권역 49개국의 현실을 철저히 '빛과 그림자'의 대비 속에서 입체적으로 해부한다. 분단을 딛고 선 경제적 성공 뒤편에 지정학적 긴장이 상존하는 동아시아, 자원 부국과 권력 집중의 그늘이 얽힌 중앙아시아,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는 서아시아의 민초들, 그리고 눈부신 성장 이면에 양극화의 덫이 도사린 남·동남아시아까지 대륙의 모순과 역동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한류 하나만으로 아시아 문화를 대표할 수는 없다. 인도 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 중국의 온라인 문화, 동남아시아의 음악과 음식, 서아시아의 문학과 예술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 만나고 있다. 오늘날 아시아 문화는 하나의 중심에서 퍼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이 동시에 세계와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흐름이다." (99쪽)

"남아시아는 아시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가장 오래된 문명과 가장 최근의 국가 형성이 동시에 겹쳐 있는 공간이다. 이 지역은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식민 지배의 상흔을 가장 깊게 겪은 곳이며, 독립 이후에는 분단과 내전, 민주주의 실험과 권위주의가 복잡하게 중첩돼 왔다." (197쪽)

책이 제시하는 궁극적 화두는 '아시아적 연결과 연대'다. 제도와 가치의 동질성을 앞세웠던 유럽식 통합 모델과 달리, 이질적인 문화와 체제가 공존하는 아시아의 힘은 바로 '차이를 전제로 한 느슨한 연대'에 있다는 통찰이다. 아시아가 겪은 식민 지배와 독립, 압축성장과 민주화, 그리고 다종교·다민족 갈등의 경험은 서구 중심 질서가 맞닥뜨린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국을 향해 뼈아픈 제언도 내놓았다. 저자는 한국이 과거의 성공 경험만을 일방적으로 전수하려 드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는다. 시행착오와 실패의 역사까지 공유할 때 비로소 진정한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이 서구를 맹목적으로 좇던 '추격자'의 낡은 틀을 깨고, 아시아 대륙의 다양한 차이와 잠재력을 하나로 엮는 '연결자이자 설계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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