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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경관 지키려다 한양도성 등재 못할 판…세운4구역 부메랑

등록 2026.10.22 10:15:00수정 2026.10.22 11:28:24

세계유산 등재 반대 이례적 상황…서울시 의견 수렴 개시

3월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이 촉발…재산권 침해 우려

[서울=뉴시스] 찾아가는 주민설명회_주민 의견서 전달. (사진=중구 제공) 2026.10.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찾아가는 주민설명회_주민 의견서 전달. (사진=중구 제공) 2026.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종묘 경관과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한양도성 주변에 서는 서울시민들이 등재에 반대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2일 서울 중구(구청장 김길성)에 따르면 중구청은 '한양의 수도성곽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반대하는 주민 의견서를 지난 13일 서울시, 20일 국가유산청, 유네스코(UNESCO), 이코모스(ICOMOS)에 전달했다.

중구뿐만 아니라 한양도성이 걸쳐 있는 다른 자치구에서도 주민들이 세계유산 등재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 위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던 세계유산 등재에 주민들이 반기를 드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자 서울시 담당 부서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여론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반대 의견이 속출하자 서울시 역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공식적으로 밟기 시작했다. 시는 지난 13일부터 세계유산 등재 이후 세계유산지구 지정 시 적용되는 주요 법적 사항을 알리는 한편 등재 추진 관련 지역 주민·관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이다.

자연스레 14년에 걸쳐 추진된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 역시 위기를 맞게 됐다. 내년 6월 등재를 위한 유네스코 본회의를 앞두고 한국 내 반대 의견이 우세할 경우 유네스코가 이를 무시하고 등재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한양의 수도성곽(Capital Fortifications of Hanyang) 세계유산 등재는 국가유산청이 추진해 왔다. 관계 지자체는 서울시와 경기도, 고양시다. 유산은 한양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이다.

[서울=뉴시스] 한양의 수도성곽. (사진=서울시 제공) 2026.10.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양의 수도성곽. (사진=서울시 제공) 2026.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유산이 위치한 지자체는 서울 종로구, 중구, 용산구, 성북구, 강북구, 서대문구,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다.

한양도성은 조선 왕조 수도 한양을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성곽유산이다.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도 방어체계를 형성했다.

한양도성은 유사시 왕과 백성이 함께 들어가 도성을 방어하는 18세기 조선 후기 수도 방어 체계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입증하는 유산이다.

등재 작업은 14년 전에 시작됐다. 2012년 11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됐고 2021년 3월 한양도성·북한산성·탕춘대성 세계유산 공동 등재가 추진되기 시작했다.

2023년 4월에는 국내에서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로 선정됐고 올해 1월 국가유산청이 정식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8월에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현지 실사까지 마쳤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등재가 반대에 부딪힌 이유로는 세운4구역 재개발로 지어질 건물이 종묘 경관을 해친다는 국가유산청의 주장이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시스]한양도성 현황. 2025.01.06. (자료=한양도성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양도성 현황. 2025.01.06. (자료=한양도성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10월 서울시는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 고시하면서 종로변 건축물 높이를 기존 55m에서 98.7m,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1.9m로 높이자 국가유산청은 새 건물이 세계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해친다며 반발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최휘영 문체부 장관에 이어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까지 직접 종묘를 찾아가 서울시를 비난했다.

서울시는 비슷한 높이의 건물이 종묘 앞에 이미 지어져 있으며 새로 건축될 세운4구역 건물들도 종묘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국가유산청은 행동에 나섰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3월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세계유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리 범위를 확대하는 근거를 만들었다. 이로써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리 범위가 문화유산 밖 100m에서 500m로 확대됐다. 이는 문화유산 밖 500m 안에서 유산영향평가(HIA)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됐다.

이 시행령이 한양도성 인근 주민들의 반대를 촉발했다. 이번에 중구 주민 3500여명 서명이 담긴 의견서에도 시행령에 따른 정비사업 지연과 재산권 제한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중구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 역시 등재 이후 적용될 수 있는 세계유산영향평가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100m 이내가 완충구역으로 지정돼 건축·정비사업 등 추진 시 영향평가가 의무화된다. 평가 절차에 평균 1~3년가량이 추가로 걸려 정비사업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완충구역 밖 사업이더라도 국가유산청이 자체 판단에 따라 영향평가 실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은 주민들을 더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최휘영(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묘 정전 상월대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자료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1.07.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최휘영(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묘 정전 상월대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자료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11.07. [email protected]

이에 따라 신당9·10·13구역 등 주택 정비사업과 남산타운 리모델링은 물론 광희동·DDP·서소문 일대 도심 재개발 사업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다산동, 장충동, 신당동 등 한양도성에 접한 인근 일반 건축물의 신축, 증축, 개축 등도 규제를 적용 받게 된다. 성벽이 남아 있지 않은 유실 구간도 지하 유구의 보존이나 연속유산의 경계 설정 등에 따라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중구에서 시작된 세계유산 등재 반대 움직임이 인근 자치구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서울시 역시 이 사안을 엄중하게 보면서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세계유산법 시행령이 서울 시내에서 추진 중인 38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진행될 경우 이미 진행 중인 정비사업 현장에서 규제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고 이로 인해 막대한 이자와 공사비 증액분이 발생하게 된다고 시는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의 응원과 지지 속에 추진돼야 할 세계유산 등재가 오히려 주민 반대에 부딪히는 모양새다. 기존 세계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지키겠다며 국가유산청이 추진한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이 결과적으로 한양도성의 신규 등재를 막는 암초가 된 형국이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중구민 주민 의견서에 담긴 내용이 무조건적인 등재 반대는 아니라고 해석하면서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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