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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분노①]"미래가 없다" 거리로 나온 청년들…'68혁명' 재현?

등록 2026.10.24 06:00:00

[서울=뉴시스] 유럽 주요국 시위 현황과 선거 일정.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유럽 주요국 시위 현황과 선거 일정.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편집자 주] 유럽 각국에서 학생·노동자·세입자 등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고물가와 주거난, 교육·공공서비스 악화 등 누적된 불만이 분출하면서 시위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는 시위의 배경과 국가별 확산, 각국 정부의 대응을 입체적으로 짚어보고, 유럽 정치·경제·사회에 미칠 파장 등을 3회 기획시리즈로 분석한다.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유럽 시위가 학교 담장과 국경을 넘어 거리로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던 프랑스 학생 시위는 고물가와 주거난 등에 대한 시민·노동자들의 누적된 분노와 맞물려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일부 시위는 폭력 사태와 약탈로 번지면서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강경 대응을 경고한 가운데 24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교실에서 시작된 분노…고물가·주거난 시위 도화선

프랑스에서는 9월 말부터 교사 부족과 노후한 학교 시설 등 열악한 교육 여건을 개선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지난 17일에는 노동조합과 '노란 조끼' 운동 세력까지 가세하면서 생활비 부담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분노하는 대규모 시위로 확대됐다. 노란 조끼 운동은 2018년 유류세 인상과 재정 긴축으로 인한 공공복지 축소, 경제 불황 등이 촉발한 반정부 운동이다. 이들은 24일에도 '마크롱 퇴진'을 내걸고 거리 집회를 예고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학교 시설 노후화와 에너지 가격, 정부의 교육·복지 지출을 둘러싼 불만이 겹쳤다. 밀라노에서는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져 미성년자 220명을 포함해 271명이 체포됐다.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트럭 운전사와 농민, 어민들이 연료비 부담에 항의하며 도로와 고속도로 요금소를 봉쇄했다.

[파리=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시위 이후 진행되는 정리 작업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주말 프랑스 전역에서는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과 약탈로 번졌다. 2026.10.24.

[파리=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시위 이후 진행되는 정리 작업을 지켜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주말 프랑스 전역에서는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과 약탈로 번졌다. 2026.10.24.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 도심에 주거난 항의 텐트촌이 들어섰고, 포르투갈에서는 임금·연금 인상과 임대료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포르투갈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2017년 이후 두 배 이상 올랐다.

벨기에에서는 프랑스어권 고교생들이 프랑스 학생들과 연대해 교육 여건 악화와 예산 긴축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에서도 21일 50개 도시에서 2만 명이 공교육 투자 확대와 학교 시설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아일랜드에서는 대학생 수천 명이 등록금 인하와 학생 주거비 부담 완화를 요구했다. 알바니아에서는 높은 등록금과 열악한 대학 환경을 넘어 경제 침체와 정부 부패 의혹에 대한 시위로 확대됐다.

독일에서는 교육 예산 삭감과 생활비 상승, 군 복무 의무화 추진에 반대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31일 '핼러윈 시위'를 예고했다.

[파리(프랑스)=AP/뉴시스] 프랑스 파리에서 17일(현지시간) 학생 공교육 개선 시위에 연대해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은 한 시위 참가자가 프랑스 국기를 들고 있다. 2026.10.24.

[파리(프랑스)=AP/뉴시스] 프랑스 파리에서 17일(현지시간) 학생 공교육 개선 시위에 연대해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은 한 시위 참가자가 프랑스 국기를 들고 있다. 2026.10.24.

통금령·시위금지령·공수부대도…24일 대규모 시위 '충돌 우려'

24일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유럽 각국 정부도 시위 확산 양상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통행금지, 집회 제한, 군 병력 투입 등 강경책을 동원해 폭력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7일 약탈·방화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24일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경찰·헌병대 투입 인력을 지난 주말보다 20% 늘리고 군의 국내 치안 작전인 '센티넬' 병력도 투입하도록 했다. 마르세유와 리옹 등 일부 도시에서는 집회를 금지하고, 파리에서는 도심으로의 행진 경로를 제한했다. 비(非)노조원 집회는 가능한 범위에서 금지하겠다고 했다. 폭력 가담자에 대한 사법 처리 강화와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부모의 책임 강화도 추진 중이다.

[파리=신화/뉴시스]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이번 시위에는 농민과 기후 활동가, 노동조합 등이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 시위에 연대해 연료 가격과 생활비 부담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 2026.10.24.

[파리=신화/뉴시스] 1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이번 시위에는 농민과 기후 활동가, 노동조합 등이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 시위에 연대해 연료 가격과 생활비 부담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 2026.10.24.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등은 하루 문을 닫기로 했다. 상점들은 약탈에 대비해 저마다 철판 막이와 호신용품을 준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밀라노의 약탈과 경찰 충돌에 대응해 연말까지 군 병력 500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육군 정예 '폴고레' 부대원들이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폭력 시위와 기물 파손,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공공안전 대책을 내놨다. 집단 폭력 시위와 일부 범죄의 사후 체포를 허용하고,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사법 조치와 부모의 배상 책임도 강화하는 내용이다. 멜로니 총리는 "시위는 권리이지만, 도시를 파괴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다"며 기물 파손과 절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는 권리이지만, 폭력은 안 돼"…폭동·정쟁에 가려진 목소리

[밀라노=AP/뉴시스] 지난 1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높은 생활비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2026.10.24. *재판매 및 DB 금지

[밀라노=AP/뉴시스] 지난 1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높은 생활비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2026.10.24.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7일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의 시위에서 부각된 것은 깨진 유리 뒤로 아수라장이 된 상점과 불타는 거리, 경찰과의 충돌 장면들이다. 시위대의 요구는 정작 그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선 '68혁명'의 재현이라거나 제2의 노란 조끼 운동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8혁명은 1968년 프랑스에서 대학의 권위주의적 운영과 사회의 기성 질서에 반발한 학생 시위가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번지며 전국을 뒤흔든 사건이다. 교육 문제로 시작한 저항이 노동 조건과 정치·사회 체제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와 닮았다. 2018년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은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해 생활비 부담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했다. 특히 서민층의 경제적 압박과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한다는 불신이 시위의 동력이 됐다.

이번 시위를 두 역사적 사건과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다만 개별 현안에 대한 항의가 본질적인 불평등과 민생고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되고, 이것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있다.

일부 국가는 이번 사태를 정쟁에 활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대선을 6개월 남겨둔 프랑스는 좌파 정당이 시위대의 요구를 정치 의제로 끌어안는 한편, 정부와 우파 정당들은 폭력 사태 책임을 급진좌파에 돌리며 맞서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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