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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과세, 국가간 정보교환이 문제?…유예 놓고 갑론을박

등록 2026.10.26 16:54:15

정부, 가상자산 과세 유예 검토…2020년 이후 4번째

정치권에선 美 정보교환 참여하는 2029년 시행 거론

"조세 정의 훼손…예정대로 과세 시행해야" 목소리도

"美 거래소 이용 한국인 극소수"…1년 유예론도 나와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 논란 해소 못하면 반발 지속"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1억1000만원선을 회복한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09.22.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1억1000만원선을 회복한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09.2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정부가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간 정보 교환 체계가 자리잡는 뒤 과세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던 정부도 한발 물러섰다.

과세 시기가 미국이 정보교환에 참여하는 2029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다른 금융투자상품과의 형평성 문제를 풀지 못하면 조세 저항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청와대와 정부는 현재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가상자산 과세는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미뤄졌다. 이번에 미루면 네 번째다.

유예 검토 배경에는 여야 정치권과 업계, 투자자들의 요구가 있다. 과세 시스템과 기준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반대 의견이 꾸준히 나온 데다, 최근에는 야당 뿐아니라 여당에서도 유예론이 나오면서 정부 입장이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청년층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 체계(CARF)가 제대로 가동된 뒤부터 과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76개국이 참여하는 CARF는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첫 해부터 정보 교환을 시작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46개국이다. 호주,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싱가포르, 스위스, 세이셸, 아랍에미리트 등 27개국은 2028년부터 참여한다. 또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아제르바이잔 등 4개국은 2029년부터 정보를 교환한다.

이에 따라 미국이 가상자산 거래정보 교환을 시작하는 2029년부터 과세를 시작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과세 정보가 수집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세를 시작하면 국내와 해외 거래소 이용자들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해 2029년 1월 시행하는 내용의 법안을 16일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 참여한 범여권 의원 14명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시장인 미국이 2029년 OECD CARF에 참여하는 점을 고려해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세 유예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4번이나 제도 시행을 미룰 경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조세 정의의 원칙이나 정책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상당수 국가가 이미 가상자산 과세를 하고 있다는 점도 과세 유예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참여연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자산소득 과세의 거듭된 후퇴는 우리사회 과세기반을 약화시키고 그 부담을 결국 청년세대를 포함한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가 타당한 근거 없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과세를 미루는 행태를 중단하고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미국과 영국, 일본, 독일, 호주 등 주요국은 CARF와 상관 없이 가상자산 과세를 이미 시행 중"이라며 "국내외 거래소 간 과세 형평성 문제는 정보수집, 국제공조, 신고·검증체계 강화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고, 이는 정부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짚었다.

2년까지 미룰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해외 거래소는 바이낸스(Binance)와 바이비트(Bybit), 게이트아이오(Gate.io), OKX 등이다. 바이낸스와 바이비트는 아랍에미리트에, 게이트아이오는 케이맨제도에, OKX는 세이셸에 본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국가는 2028년부터 CARF에 참여한다.

미국은 가상자산 시장 자체의 규모는 크지만 코인베이스 등 미국 거래소를 사용하는 국내 투자자의 비중은 낮다. 다른 거래소에 비해 수수료가 높고 강한 규제를 받아 파생상품 거래 등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세를 1년만 유예해 2028년부터 시작해도 국내 투자자와 관련한 해외 거래 정보는 대부분 수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자료 수집 측면에서 보면 1년만 유예해도 실질적인 국가들은 다 참여해서 거의 해외 정보의 80% 이상이 수집이 된다"며 "2년을 유예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더 나아질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진행될 관계부처 협의와 당정 협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조세소위 등에서는 과세 시행 시기와 법안 보완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국가간 정보 교환이나 과세 인프라가 가상자산 과세의 본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과세는 지난 2020년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자산에 대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함께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논의되던 사안이다.

그런데 2024년 12월 국회에서 금투세 폐지가 확정되면서 가상자산 과세만 남게 됐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 문제를 계속 제기하게 된 이유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그런(과세 인프라와 같은) 부차적인 문제 때문에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상자산이나 다른 자산이나 동등하게 과세한다는 수평적인 형평성 원칙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유예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된 상황에 몰린 것은 금융자산에 대한 자본이득 과세가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금융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를 어떻게 할지 일정과 방법을 제시하고 그 틀 하에서 (가상자산도) 같이 과세를 하겠다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납세자가 수용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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