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뜨겁고 내수는 냉랭…'소비쿠폰' 없는 정부 해법은
등록 2026.11.01 11:00:00
반도체가 성장 견인하지만 내수 경기는 점차 위축
3분기 소매판매 1.0% 감소…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서비스업은 0.3% 그쳐…도소매·숙박음식점업 부진
인위적인 내수부양책 고려 안해…일자리 창출 주력
전문가 "취약계층 소비 여력 보강해주는 노력 필요"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4일 서울 시내의 식당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12.24. ks@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12/24/NISI20241224_0020640059_web.jpg?rnd=20241224154417)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24일 서울 시내의 식당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12.2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과 투자는 호조를 보이는 반면 소비는 2개 분기 연속 감소했고,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도 크게 둔화했다.
정부는 소비쿠폰과 같은 추가 부양책 대신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성과급·배당 확대 등을 통한 소비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중심의 성장 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소비 여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국가데이터처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소매판매는 전 분기 대비 1.0% 감소했다. 9월 월간 소매판매가 3.6% 증가하며 반등했지만, 분기 전체로 보면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이다.
올해 소매판매는 1분기 2.4%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으나 2분기(-1.8%)와 3분기(-1.0%)에는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매판매가 2개 분기 연속 줄어든 것은 2024년 상반기(1분기 -1.2%·2분기 -0.7%) 이후 약 2년 만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비싼 내구재 판매가 부진했다. 3분기 내구재 판매는 전 분기보다 3.7% 감소했다. 승용차 판매가 6.4% 줄었고, 가전제품과 가구 판매도 각각 7.3%, 가구는 6.6% 감소했다.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 생산도 주춤했다. 3분기 서비스업 생산은 전 분기보다 0.3% 증가하는데 그쳐 2025년 1분기(0.3%)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1분기 1.4%, 2분기 1.3% 증가해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다 3분기 들어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특히 내수경기와 밀접한 도매 및 소매업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고, 숙박 및 음식점업은 2.1% 감소했다.
반면 다른 산업활동 지표들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3분기 산업생산은 전분기 대비 1.9% 증가했다. 1분기(1.8%)와 2분기(1.0%)에 이어 3개분기 연속 1%를 넘는 성장세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3.9%)은 4% 가까운 증가세를 나타냈고, 설비투자(6.3%)도 큰 폭으로 늘었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이어지고 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도 크게 늘면서 경제를 견인한 것이다.
우리 경제는 올해 3% 중반대의 성장률이 전망될 만큼 외형적으로는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에 집중된 성장 효과가 소비와 서비스업 등 내수 전반으로 충분히 확산하지 못하면서 경기 지표 간 온도 차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고물가가 이어지고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은 더욱 제약받고 있다.
정부도 내수 회복을 위한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통상 경기가 부진할 때는 재정지출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을 쓸 수 있다. 이재명 정부도 지난해 6월 출범 직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10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해 소비 여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비쿠폰과 같은 추가 부양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경기 확장 국면에서 재정을 풀어 소비를 자극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만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오히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이 가계소득과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4분기 기업 배당과 내년 초 성과급 지급 등이 본격화하면 내수도 점차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금은 그런(소비쿠폰과 같은) 정책들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민간소비가 개선될 수 있는 여건 자체는 견고하다. 기업 현금 배당이 4분기에 예정돼 있고, 내년 1분기에는 성과급 지급과 주주 환원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고용 시장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과 수출이 늘더라도 고용과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면 소비 회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분기별 취업자수 증가폭(전년 동기 대비)은 1분기 18만3000명, 2분기 3만2000명, 3분기 13만5000명으로 지난해 평균(19만30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고용 회복을 통해 성장의 온기가 가계로 확산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재경부는 "민간·공공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국민일자리 프로젝트' 추진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건설·농림어업 등 고용 부진 업종은 일자리전담반 등을 통해 산업 활력을 제고하고 인력양성과 근로여건 개선 등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일부 기업과 계층에 집중되는 만큼 소비 여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을 겨냥한 정책 대응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거시지표는 매우 좋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고용·소비가 위축되는 등 경기 둔화와 흡사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저소득·취약계층의 소비 위축이 심각한 만큼, 에너지 바우처나 식품 바우처 등 취약 계층의 소비 여력을 개선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화정책은 굉장히 정밀하게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구간에 진입했다"며 "금리가 너무 높아지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무에 추가적인 긴축은 조금 더 신중하고 정밀하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퍼질 수 있도록 정책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성장률이 높아지면 시간을 두고 파급 효과가 확산될 여지는 있다"면서 "다만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면 경제 주체들이 불안감에 소비를 하지 않게 되는 만큼 불확실성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건설업을 진작하는 정책을 사용하면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면서 "반도체 부문에서 소득이 늘어나고 있으니, 인센티브를 줘서 그 부분이 소비로 파급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