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맡긴 재산 3.8조…국세청, '해외 신탁' 탈세 구멍 막는다
등록 2026.10.11 08:00:00
올해 첫 신고 1286명·1591건…계좌 넘어 신탁 확인
위탁자와 수익 받는 사람 달라…탈세 활용 가능성
정부, 미신고 과태료 한도 1억→10억원 상향 추진
![[세종=뉴시스]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2019.09.03. ppkjm@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3/03/03/NISI20230303_0001208191_web.jpg?rnd=20230303095907)
[세종=뉴시스]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2019.09.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해외금융계좌에 이어 해외신탁도 국세청의 신고 대상에 들어왔다. 계좌에 얼마가 있는지뿐 아니라 누가 재산을 맡기고 관리하며 이익을 받는지까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신탁은 재산을 맡긴 사람과 관리하는 사람, 이익을 받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 정부는 이런 구조를 악용해 소득과 자산을 숨기는 행위를 막기 위해 신탁계약과 관련자 정보를 제출하도록 했다.
올해 처음 신고받은 해외신탁 재산은 3조8000억원이다. 정부는 신고 누락에 대한 과태료 한도를 높이고 제보 포상금을 신설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11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해외신탁 신고자는 1286명, 신고 건수는 1591건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신고한 신탁재산 가액은 3조8000억원이다.
기존에도 해외자산을 파악하기 위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는 있었다.
국내 거주자와 내국법인이 보유한 해외금융계좌 잔액의 합계가 매월 말일 중 하루라도 5억원을 넘으면 신고해야 한다. 계좌 명의자와 실질적 소유자가 다르면 양쪽 모두 신고 의무를 부담한다.
이 제도는 계좌번호와 잔액, 금융기관명 등 계좌 정보를 중심으로 해외자산을 확인한다.
해외신탁 신고는 여기에 신탁계약과 재산, 관련자 정보를 더해 재산을 맡긴 관계까지 파악하는 방식이다.
신탁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재산을 맡겨 정해진 목적에 따라 관리·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재산을 맡기는 사람은 위탁자, 관리하는 사람은 수탁자, 이익을 받는 사람은 수익자라고 부른다.
해외신탁은 외국 법령에 따라 설정한 신탁 가운데 국내 신탁법상 신탁과 유사한 것을 말한다.
신고 의무는 해외신탁을 설정하거나 해당 신탁에 재산을 이전한 국내 거주자와 내국법인에 부여된다.
위탁자 인적사항과 신탁 소재지, 재산 종류·평가가액, 수익자와 수탁자 등 관련자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해외금융계좌와 달리 최저 신고금액도 없다.
별도의 신고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신탁재산의 명의만으로 재산의 실제 지배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산을 수탁자에게 맡겼더라도 위탁자가 신탁을 해지하거나 수익자를 바꿀 권리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신탁이 끝난 뒤 남은 재산을 돌려받을 권리를 보유하는 경우도 있다. 과세당국이 계약에 따른 권리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기존 해외금융계좌 신고에도 실질적 소유자를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은 있지만, 신탁계약과 관련자 정보를 직접 확보하면 재산의 지배·통제 관계를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은 일부 부유층과 기업이 해외신탁에 소득과 자산을 숨길 경우 위탁자·수익자 파악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세금을 탈루할 유인이 있었다고 봤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신탁 신고제도는 이러한 행태를 사전에 억제하고 동종 수법을 이용한 탈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신탁 신고제도는 2023년 말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도입됐다.
지난해부터 시작하는 과세기간·사업연도에 자료 제출 의무가 발생하는 경우부터 적용돼 올해 처음 신고가 이뤄졌다.
신고 주기도 위탁자의 권리에 따라 구분한다.
위탁자가 신탁을 해지하거나 수익자를 지정·변경하는 등 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면 매년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신탁은 설정하거나 재산을 이전한 연도에 자료를 제출한다.
국세청은 첫 신고를 통해 기존 과세망에서 파악하기 어려웠던 신탁자산에 대한 세원 양성화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는 재산을 마련한 자금의 출처도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은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미신고·거짓 신고자에게 해외신탁재산 취득금액의 출처에 대한 소명을 요구할 수 있다.
신탁재산의 규모뿐 아니라 어떤 자금으로 재산을 마련했는지도 확인하는 것이다.
정부는 신고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재 강화도 추진한다.
현행 해외신탁 명세 미제출·거짓 제출에 대한 과태료는 신탁재산 가액의 10% 이하이며 한도는 1억원이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과태료 한도를 10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담았다.
해외신탁 미신고를 제보한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신설할 계획이다. 신고 누락을 발견하고 자진 신고를 유도하는 수단을 늘리려는 조치다.
국세청은 미신고자에 대해 현장수집정보와 외환거래내역, 국가 간 정보교환자료 등을 바탕으로 검증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신고 의무 위반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소득세·상속세·증여세 등 탈루가 확인되면 세금을 추징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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