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미식 대신 서민의 삶…故 최불암 '한국인의 밥상' 14년의 온기
등록 2026.11.02 15:00:00
![[서울=뉴시스]2021년 1월4일 방송된 KBS 1TV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10주년 특집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배우 최불암의 아내 김민자와 후배 김혜수가 게스트로 출연해 특별한 한 끼를 함께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31/NISI20261031_0002279391_web.jpg?rnd=20261031213705)
[서울=뉴시스]2021년 1월4일 방송된 KBS 1TV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10주년 특집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배우 최불암의 아내 김민자와 후배 김혜수가 게스트로 출연해 특별한 한 끼를 함께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진=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1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해 2024년까지 이어진 14년간의 여정은, 단순한 음식 프로그램을 넘어 한국 현대사를 묵묵히 버텨온 소시민들의 삶과 모정을 기록한 하나의 거대한 문화 인류학적 보고서였다.
자극적인 '맛집 투어'나 화려한 조리법을 뽐내는 이른바 '먹방'이 넘쳐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한국인의 밥상'은 고유의 결을 결코 잃지 않았다. 고인은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험난한 산골짜기와 거친 갯벌, 외딴 섬마을의 부엌으로 향했다. 투박한 뚝배기 된장찌개, 거친 보리밥 한 그릇에 담긴 서민들의 애환에 주목했다. 음식을 먹는 순간보다, 그 음식을 차려내기까지 흘린 어머니와 아버지들의 땀방울을 먼저 헤아린 것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지탱한 가장 큰 힘은 고인의 '진정성 어린 경청'이었다. 고인은 거친 세월을 견디며 손마디가 굵어진 노모들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고, 바다와 들판에서 거친 풍파를 겪어낸 어르신들의 눈을 바라보며 말벗이 돼주었다.
한 숟가락의 밥에 얽힌 가난했던 시절의 설움, 자식을 향한 눈물겨운 헌신을 들을 때면 고인의 눈가에도 어김없이 물기가 어렸다. 그의 편안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는 화면을 넘어 시청자들에게 마치 고향집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마주하는 따뜻한 아랫목 같은 위로를 건넸다.
당시 70대에 접어든 고령의 나이에도 고인은 계절과 날씨를 가리지 않고 전국을 돌며 현장의 흙먼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밥상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온 역사이자 서로를 보듬는 정"이라던 고인의 철학은 매 회차 브라운관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화려함 대신 소박함을, 자극 대신 따스한 온기를 택하며 반평생 서민의 곁을 지킨 故 최불암. 그가 전국을 발로 뛰며 길어 올린 어머니의 손맛과 밥 한 숟가락의 온기는, 오늘날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히 식지 않는 따스한 밥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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