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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아파서" 일찍 철든 딸…8명 구하고 하늘로

등록 2026.11.05 11:24:21수정 2026.11.05 12:28:24

간호사 꿈꾸던 20대 여성

뇌사로 심장·폐·간 등 기증

[서울=뉴시스] 기증자 故 전수연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시스] 기증자 故 전수연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간호사를 꿈꾸며 미래를 준비해 오던 20대 여성이 갑작스럽게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8명에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2월 23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전수연(22)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8명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떠났다고 5일 밝혔다.

전씨는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고 이야기해 왔다.  전씨의 부모도 가족과의 상의 끝에 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딸의 심장이 누군가의 몸에서 계속 뛰고, 딸의 눈으로 누군가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가족에게 위안이 될 것이라 여겼다.

전씨는 심장과 폐, 간, 신장, 안구를 기증해 8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인체조직인 피부도 함께 기증했다.

전씨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속 깊은 막내딸이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투병해 온 한 살 터울의 언니를 돌봐왔다. 언니를 위해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양보하고,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머니 정영순씨는 "언니가 아프다 보니 수연이가 일찍 철이 들었다. 가족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나에게는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같은 딸이었다"고 기억했다.

전씨는 다양한 꿈을 품고 미래를 준비하던 청년이었다. 학창 시절 제빵을 배우고, 미용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손재주가 뛰어났다. 최근에는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이후 돈을 모아 대학에 진학해 간호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가족과 이루고 싶은 소망도 있었다. 그중 하나는 어머니와의 전국 일주였다. 전 씨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했다.

또 다른 소망은 훗날 자신의 결혼식에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이었다. 평소 자신을 살뜰히 챙겨준 아버지에게 "결혼할 때 손잡고 들어가야 하니까 오래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어머니 정씨는 딸이 가족과 함께 꿈꿨던 일들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떠난 것이 평생 마음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이 남긴 생명나눔의 의미만큼은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랐다. 기증 후 8개월이 지나서야 언론에 이야기를 전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마음에서였다.

어머니는 딸에게 "수연아,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여기서 못 했던 것들 마음껏 펼치면서 행복하게 지내. 언니 걱정도, 엄마 아빠 걱정도 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엄마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사랑해"라고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간호사가 돼 아픈 이들을 돌보고 싶어 했던 전수연씨가 그 꿈을 다 펼치지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 8명에게 희망을 전했다"며 "슬픔 속에서도 생명나눔을 결정해 준 유가족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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