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낙원은 내일 열린다'…이란 화가 메디 가디안루 韓 첫 개인전

등록 2026.11.05 16:51:00수정 2026.11.05 17:19:42

웃고 있는 토끼, 사람 없는 놀이터…화려하지만 불안한 풍경

벽화 속 희망의 계단, 캔버스에선 텅 빈 놀이시설로

전쟁 속 준비한 신작 공개…페로탕 서울서 12월 24일까지

#A05 Mehdi Ghadyanloo The Rolling Dream, 2025 Oil and acrylic on canvas 235 x 13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A05 Mehdi Ghadyanloo  The Rolling Dream, 2025 Oil and acrylic on canvas 235 x 13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분홍색 토끼가 웃고 있다. 몸을 휘감은 나선형 미끄럼틀은 반짝인다. 하지만 토끼가 서 있는 곳은 창문도 없는 어두운 상자 안이다. 아이들이 뛰놀아야 할 놀이시설에 정작 사람은 없다.

귀여운 동물과 즐거운 놀이기구가 만났는데 어딘가 불안하다.

이란 출신 화가이자 벽화가 메디 가디안루(Mehdi Ghadyanloo·45)가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5일 서울 강남구 페로탕 서울에서 개막한 '파라다이스 오픈스 투모로(Paradise Opens Tomorrow)'는 초현실주의적 상상력과 착시 기법을 결합한 회화를 선보인다.

작품에는 미로 같은 상자와 사다리, 나선형 미끄럼틀, 풍선 등이 등장한다. 정교한 건축적 공간에 빛과 그림자를 배치해 실제 공간처럼 보이게 하는 '트롱프뢰유(trompe-l'œil)' 기법을 활용했다.

Portrait of Mehdi Ghadyanloo_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Portrait of Mehdi Ghadyanloo_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가디안루는 1981년 이란 카라지의 농가에서 태어났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이어지던 시기에 성장했으며, 아버지는 군에 복무했다. 테헤란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그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테헤란의 건물 외벽에 100점이 넘는 벽화를 제작했다.

그의 벽화는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을 상상의 공간으로 바꿨다. 건물 벽면을 자전거로 오르는 사람, 하늘에 떠 있는 자동차와 기차, 구름으로 이어지는 계단 등이 등장했다.

2016년에는 미국 보스턴 도심의 높이 21m 벽면에 '희망의 공간들(Spaces of Hope)'을 제작했다. 거대한 빨간 풍선을 향해 사람들이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장면을 담았다.

이후 벽화에서 캔버스 회화로 작업 영역을 넓혔다. 도시의 벽면에 펼쳤던 열린 공간은 점차 어두운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사다리와 미끄럼틀은 남았지만, 사람들은 사라졌다.

전시와 함께 공개된 친친 얍(Chin-chin Yap)의 글에 따르면 가디안루는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인근 미사일 폭발로 아버지의 온실이 파손되자 가족들은 한때 아버지의 생사를 걱정해야 했다. 폭격이 계속되면서 가족은 테헤란을 떠났고, 항공편 운항이 제한돼 작품도 육로로 이스탄불을 거쳐 운송됐다.

가디안루의 작품에서 동물과 홍수는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과거 테헤란의 4층짜리 건물에 그린 벽화에는 물에 잠긴 기린이 등장한다. 기린의 머리 위에 올라앉은 두 남자는 탈출구를 향해 손을 뻗는다.

과거 벽화에는 살아 있는 동물과 사람이 함께 등장했다. 이번에는 동물의 형상을 본뜬 인공적인 놀이시설만 남았다.

사람을 위해 만든 낙원에 정작 사람이 없다. 전시 제목은 '낙원은 내일 열린다'다.

전시는 12월 24일까지. 관람은 무료.

#A04 Mehdi Ghadyanloo The Playground of Tomorrow, 2025 Oil on canvas 200 x 30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A04 Mehdi Ghadyanloo The Playground of Tomorrow, 2025 Oil on canvas 200 x 30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메디 가디안루 개인전 전경. 페로탕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메디 가디안루 개인전 전경. 페로탕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